겨울의 바람은 너무 차고, 건조하다. 차고, 건조한 바람은 아이들의 호흡기를 약하게 한다. <동의보감>에서도 ‘몸을 차게 하는 것과 차가운 것을 먹는 것은 모두 폐를 상하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폐는 건조하면 병이 생긴다.’는 구절도 함께 담겨 있다. 가을의 차고 건조한 기운이 폐를 약하게 한다면,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방법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의 대표적인 질환인 감기, 비염, 축농증, 중이염도 폐와 연관되어 있다.
겨울철 아이들이 겪는 단골 질환, 감기
감기(感氣)는 ‘기에 닿았다’는 글자 그대로의 뜻처럼 나쁜 기운이 몸에 닿았을 때 생긴다. 나쁜 기운에는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한방에서는 주로는 한사(寒邪)라고 표현되는 차가운 기운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본다. 춥게 자거나, 찬 바람을 많이 쐰 이후에 감기에 쉽게 걸리는 것이다. 하지만 찬바람을 맞았다고 모든 사람이 감기에 걸리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가진 정기(면역력)의 차이에 의해 같은 자극에도 어떤 아이는 감기에 걸리고, 어떤 아이는 괜찮은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처음에 미열과 함께 으슬으슬 추워지거나 온몸이 찌뿌드드해지는 증상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맑은 콧물을 흘리거나, 기침을 하게 되는데, 감기가 진행될수록 콧물이 누렇게 바뀌게 된다. 열에서 콧물로, 기침으로, 맑은 콧물에서 노란 콧물로 변하는 증상의 변화는 감기의 생로병사와 같다. 이 과정을 하나하나 거쳐야 감기를 제대로 이기는 것이고, 면역력도 생기게 된다. 간혹 감기를 호되게 앓는 아이들은 호흡기 증상과 함께 소화가 잘 안 되거나, 구토, 설사 등의 위장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감기를 이기려면 면역력 강화가 필요해
현대 의학에서는 감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그 종류도 많고, 변종이 쉽게 생겨 약으로는 도저히 바이러스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일명 감기약이라고 부르는 것도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감기 증상을 줄이는 대중요법에 불과하다. 감기는 걸린 후 치료하기보다는 미리 폐 건강을 비롯한 호흡기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 최선책이다.
건강한 아이도 일년에 대여섯 번은 감기에 걸리는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푹 쉬고,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오렌지 주스나 따뜻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게 해주고, 가습기나 젖은 수건으로 집 안 습도를 50~60%로 맞춰주어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생활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증상이 점점 악화된다면 비염, 축농증, 폐렴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 비염, 축농증 등 질환까지 불러
감기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비염, 축농증 등까지 겪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이런 감기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코가 아니라 폐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폐 건강을 튼튼하게 하여 찬 공기, 건조한 공기, 탁한 공기에도 견딜 수 있는 저항력을 만들어야 한다. 폐가 건강해지면 감기에도 자주 걸리지 않는 것은 물론 감기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쉽게 나을 수 있다.
감기로 인한 비염, 축농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기를 오래 앓지 않도록 하고,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아이들은 예민한 콧속 점막이 자극 받지 않도록 평소 생활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간혹, 콧물은 강제로 빼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콧물을 억제로 제거하면 코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이 생기거나, 점막이 외부 자극에 그대로 노출되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