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는 시간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냅니다. 잠을 잘 자고 나면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지만 악몽이라도 꾸고 나면 하루 종일 피곤합니다. 그 만큼 잠은 중요하며, 한의원에서 아이를 진료할 때면 항상 잠을 잘 자는지 먼저 묻습니다. 그런데 가끔 “우리 아이는 잠을 너무 잘 자요. 해가 뜨고 난 다음에도 한참 잡니다”라고 자랑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어린이집에 보낼 때 아이가 눈을 못 떠 들쳐 엎다시피 해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잠을 잘 자는 것일까? 그저 잠이 많은 아이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비정상적으로 잠에 취해서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심장에 열 많은 아이, 깊은 잠 못자 요즘 아이들이 아침에 못 일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심장에 열이 많아 밤이 되어도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소풍 전날 흥분해서 기운이 위쪽으로 올라와 잠을 설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때는 설사 눈을 감고 누웠더라도 몸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깨어있는 것과 비슷한 상태로 잠을 자게 됩니다. 밤중에 몸에 필요한 정기를 잘 만들지 못하므로 아침이 되어도 정기를 더 만들려고 잠이 많아지거나 피곤해서 못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를 ‘취면(醉眠)’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잠에 취해 몽롱합니다. 이런 아이는 머리와 등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한밤중에 깨어 우는 증상도 보입니다. 이불을 잘 덮지 않고 서늘한 곳을 찾아 창가 혹은 맨바닥에서 자려고 하기도 합니다.
인스턴트 식품, 스트레스... 심장에 열 쌓이는 주원인 식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즐겨먹는 과자,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피자, 햄버거, 라면 등은 속열을 조장합니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얼마나 바쁜 생활을 하는지는 잘 아실겁니다. 어릴 적부터 각종 비싼 교구로 창의력을 키워야 하고 읽어야 할 책도 많습니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것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는 세상입니다. 이처럼 여유 없는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도 아이가 잠에 취하는 원인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번쯤은 푸른 하늘을 맘껏 보여주고 유기농 밥상을 차려 주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