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접는 할머니'로 알려진 유용옥(81)씨.
한국공예문화진흥원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21일(화)까지 연다.
1994년 출판문화회관에서 연 첫 개인전이 큰 반향을 일으킨 이래 각종 초대전을 거쳐 지난 해에는 팔순을 맞아 200여 점의 작품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회는 기존 작품 가운데 전래놀이, 농가월령가, 인생살이 연작을 중심으로 120여 점을 걸었다.
곱게 한복을 차려 입은 할머니는 “늙은이 사진을 찍어 뭐 하냐” 면서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했다. 함께 전시장을 지키는 딸 신경섭(50)씨는 하루도 쉬지 않고 종이를 접고 붙이는 통에 운동부족인지 최근 건강이 부쩍 나빠지셨다고 했다.
최근작이라는 인생살이 연작 중 삶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상례. 호화로운 상여를 중심으로 앞에는 방상씨와 상두꾼, 뒤에는 긴 만장행렬을 거느린 ‘호상’이다. 석 달이나 걸린 세로 35㎝, 가로 220㎝ 대작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칼 하나 안 대고 둥그런 종이로 접어 붙인 것. 시골집 초가지붕의 이엉은 한지를 일일이 꼬아 붙였고, 어스름 달빛은 색 한지를 찢어서 붙였다.
1984년 남편(신동면, 특수금속 분야의 원로)을 여의고 시작한 종이 접기는 숙련에 숙련을 거듭해 남편 10주기를 맞아 유고집을 낼 즈음에는 출판기념회에다 전시회를 꾸릴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애초 서울에서 소아과병원을 하는 딸의 집에서 아이를 봐 주는 틈틈이 치매방지용으로 시작한 게 김천의 아들 집으로 옮겨가서는 아예 전업처럼 돼 버렸다. 정교하지만 단순한 동물 접기에서 전래놀이, 인생살이 등 이야기가 담긴 것으로 발전했다. 아들 딸들은 옛 복식책, 풍속책 등 어머니가 필요하다는 책을 사다 날랐다. 나중에는 만장에는 무슨 글씨를 쓰는지 알아 봐 달라는 정도까지 심화됐다.
할머니의 열성은 일본에서 열리는 종이 접기 심포지엄에 10년 내리 참석할 정도. 종이 접기가 매우 성한 일본의 기술뿐 아니라 이탈리아, 독일 등의 정교한 곤충 접기도 배웠다. 하회탈 시리즈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일본 종이 접기 콘테스트 국제교류이사장상을 받았다.
전시장 한 귀퉁이에 ‘노아의 방주’라는 제목의 작품이 걸렸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대홍수 한달 뒤 노아가 뭍을 찾기 위해 비둘기를 날려보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1.5㎝×1.5㎝ 크기의 종이 3천여 장을 접어서 붙인 일종의 모자이크다. 하루 6~7시간 보름 이상 걸린 이 작품은 큰 외손자의 사제서품을 기념한 것이다. ‘접은 색종이 모자이크’라는 독특한 기법에 완성도 높은 그림. 할머니의 종이 접기는 또 한 단계 뛰어올라 예술적 경지에 이른 느낌이다.
“어머니의 작품을 흩뜨리지 않고 영구 보관•전시해 줄 곳을 찾고 있어요.” 경섭씨는 안타까운 표정이다.